이 소감문은 내용중에 결말을 다 적고있기 때문에, 아직도 안보신 분이 있으면 읽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아참 제일 밑에 요약있습니다.
1. 재작년에 봐야겠다고 생각하던 미스터 선샤인을 이제서야 다시보고 있습니다. 확실히 공들여 만든 모습이 많이 보이나, 각본상의 시대정황 고증은 어색합니다. 나중에 인터넷을 찾아보고서야 아차 싶은 것이지만, 서양과의 수교를 거부하여 신미양요가 벌어지는 와중에, 미국인 선교사가 도자기를 구하겠다고 조선땅을 버젓히 활보하지를 않나, 운요호 사건으로 일본에 문호개방이 1875년에 되었는데, 주인공 고애신의 부모는 아직 원한도 없는 일본에서 1875년에 의병활동을 하다가 죽지를 않나.. 뭐 각색이 있느니만큼 반드시 시대고증을 따를필요는 없는데, 한쪽에서는 수교조차 거부하여 죽어라고 싸우는데, 한쪽에서는 도자기 사는 선교사가 왔다갔다하니.. 의아합니다. 그리고 극의 배경에서 갑을관계의 강자와 약자의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양반 지주와 양민 혹은 노비 소작농의 구도로 사회구조를 대비시켰는데, 양반이 경제적으로 위세를 떨치는 조선중기에서 조차 노비 자/소작농 하나를 제대로 어쩌지 못해 갈팡질팡하며 일기에다 갖은 욕을 써놨던게(쇄미록) 조선시대이고, 또한 사회적으로 순수히 소작만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이 두드러지게 된 것은 일제시대 중엽에 들어서였습니다. 조선중기에도 그리고 말기에도 일개 노비조차도 자기 논밭을 가지며 자작과 소작을 겸하는 일이 다반사였지요. 아마 작가가 일제시대를 다룬 소설 토지나, 해방이후를 다룬 남한산성에서 보이는 지주의 모습을 극중인 구한말에 그대로 투영해서 이런 것이 아닐까 추측해봅니다. (정작 일제시대 대지주들은 양민이나 중인출신들이 대다수였습니다.) 그밖에 인터넷을 보니 대포가 어쩌구, 총기고증이 어쩌구 하는데, 모르고 관심이 없어서 모르겠고 가끔 m-1개런드 총이 나왔던 것만 알겠습니다.
2. 고애신을 분한 김태리의 연기분위기가 사극태도를 유지하면서 이것저것 귀여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참신했고, 김희성 역을 한 변요한이 그전 작인 미생이나 육룡이 나르샤때와는 다르게 묘하게 익살맞은 부잣집도련님의 연기톤을 보여주는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미생에서도 익살맞은 배역이었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이게 또 연기톤이 다른것인지 익살맞은 회사원과, 익살맞은 구한말 도련님은 외모부터 연기분위기가 많이 다르게 느껴집니다. 구동매역의 유연석은 여지껏 하이틴 드라마 배역에나 어울릴법한 아역배우정도로만 인식하고 있었는데, 약간 똘끼있고 분위기 있는 야쿠자 두목같은 분위기가 은근히 잘어울리고 멋있었습니다. 다른 극에서 매번 어린모습만 봐와서 몰랐는데 저보다 4살이 많으시네요. 이병현의 연기는 솔직히 매번 보던 모습이라 제가 너무 오래봐오던터인지 뭔가 특이하다거나 인상깊다는 느낌은 없었습니다. 아무래도 신예배우들에 대비해서 덜 참신해보여서 그런 듯합니다. 일본측 악역을 연기한 이정현이나, 김남희씨 등은.. 일본어 억양 한국어나, 일본어 대사 처리능력이 좋아서(저는 일본어를 모릅니다) 진짜 일본배우인 줄 알고 검색해서 찾을 지경이었습니다. 호텔 주인역을 분한 쿠도히나의 김민정, 벙어리역의 김용지등이 각각 개성있는 배역이었고, 특히 무신회 부두목 유죠역의 윤주만씨는 외모와 분위기에서부터 사뭇 진지하고 멋있었습니다. 춘식이로 분한 배정남씨는 저런 배역도 자연스럽게 소화하시는 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악역중에서는 김의성씨가 분한 이완익이 나름 흥미있고 입체적인 캐릭터였다고 생각합니다. 평양사투리를 알지만 함경도 사투리는 모르기 때문에 저게 자연스러운 북한말투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배역의 분위기는 사뭇 독특하고 개성있고 흥미로웠습니다.
3. 안타까운건 악역들이 너무 쉽게 죽고 약합니다. 뭔가 별 활약을 못하거나, 해봐야 조금 깔짝하고, 이후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랑 별 연결도 안되고 바로바로 픽픽 죽어버립니다. 일본하사관인 츠다는 기차에서 깔짝, 시내에서 깔짝, 미공사관에서 깔짝, 유곽에서 깔짝 4번 활약하더니 총맞고 죽습니다. 그 찰나의 컷들이 다 인상적이기는 한데, 너무 빨리 죽었습니다. 모리 타카시는 1화부터 등장복선을 깔아둔 캐릭터이긴 한데, 귀족출신이라고 경력도 없는 놈이 갑자기 육군대좌(대령)으로 조선에 파견되서 대상가리지 않고 갑질을 해대다가 적군보다 아군을 더 많이 죽여놓고선 본토에서 저격당해 죽습니다. 얘는 뭔가 한국말을 할 줄 아는 유학파 출신, 귀족 낙하산 영관급 장교인데, 능력도 없이 금수저빨로 권력을 얻었다는 설정인지 머리도 나빠보이고 주인공을 제대로 위기에 빠뜨리지도 못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배역이 연기를 못하는게 아니라, 어째 극중설정상 참 허술하게 만든 악역이란 느낌이 강했습니다. 최종의 끝판왕급 악역이 될거라 엄청나게 기대했던 이완익은 신미양요 당시 포로로 잡힌 조선군에게 "조정은 니들을 버렸다"고 말해주는 부분이나, 처음엔 미국측 통역이다가 친일파로 변절하게되는 모습도 참신하게 다가오기도 하고, 부하한테 호통이랑 욕은 다하면서도 "밥은 먹었니? 같이 들라"고 하는 비겁하고 교활하지만 묘하게 인간적인 모습도 보이는 상당히 입체적인 악당이라고 여겼으나, 후반으로 갈수록 입체적인 묘사는 온데간데없고 주인공과 대비시키기 위해 교활하고 악덕스러운 모습만 부각시키더니, 아직 마지막 화도 아닌데, 을사오적 본격적으로 등장하기 전부터 죽습니다. 자신의 다리를 불구로 만든 장포수와의 재회 및 대화나 이런, 저런 갈등과 에피소드의 발생을 더 기대했지만, 그런것이 없이 갑자기 암살로 생을 마감하니 좀 황당하고 허무했습니다.
4. 도자기 공방 수련생 일본인 한 명을 제외한 나머지 일본인들 캐릭터는 밋밋하다못해 뻔합니다. 그냥 우리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나쁜놈 일본인, 그러니까 교활하고 야비하면서 나쁘고 게다가 미개하고 무례하기까지한 스트레오 타입의 나쁜 일본놈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뭔가 나쁜거 말고 다른것도 있고, 다른면에서 보면 동정감도 드는 그런 입체적인 일본인 악역 캐릭터는 안보입니다. 뭐랄까 드래곤볼의 프리저같이 부하들한테 맡겨놓은 일 못하면 죽이겠다고 읍박지르면서도 존댓말을 쓴다거나, 실은 엄청나게 교활하지만, 대중에게는 조선인이고 일본인이고 모조리 똑같이 착하게 대하는 반전이 있다거나, 제국주의 일본을 위해서 일하여서 조선조정이나 대한제국 황실입장에서는 고깝지만, 사생활은 청결하고 부하도 잘 존중하고, 예절바르고 시민에게 깍듯한... 물론 제국주의 일본이란 나라의 성격이 야만적이고 미개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건 뭐 구성원들 조차도 딱 한 명의 오차 뺴고는 죄다 똑같이 미개하고 야만적입니다. 모리 타카시 이 금수저놈은 부하들이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닌데 권총으로 쏴죽이는 미개 그 자체의 !@#$%놈입니다. 아니 그냥 극에 나오는 일본인 중에 도자공방 수련생 말고 양반이 없습니다. 이 드라마에서 그나마 조금이라도 인간적이고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악역은 조선인 친일파였던 이완익 정도가 끝이었습니다.
5. 구한말 역사를 공부하다보면, 특히나 조선왕실의 행보를 이것저것 살펴보면, 남한테 당해서 분통하다기 보다, 허튼짓으로 이것저것 말아먹고, 있는돈, 있는 산림도 다 날려먹은 모습에 더 황당하고 어이가 없었던 적이 많았습니다. 드라마에서는 대한제국을 연 조선의 왕이자 황제인 고종, 그리고 그 이하 충직한 대신들이 전부다 유능하고 강단있게 나옵니다. 그리하여 유능하고 강단있지만 시대적 정황과 조건에 못이겨서 어쩔 수 없이 나라를 잃게된 것이라는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극중 고종을 분한 이승준씨부터가 연기를 잘하는데다 목소리 톤이 좋고 분위기가 있는데, 드라마에 묘사된대로만 고종이 강단있고 유능하고 멋있고.. 그래 저랬으면, 저같아도 목숨걸고서라도 황제폐하만세 외치면서 극우일본인마냥 옥쇄라도 마다치 않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현실에서의 고종은 임오군란 이전부터 군인들 월급이랑 쌀못받아서 배곪을때, 황태자비 결혼식 예복맞춘다고 일본회사로부터 고가의 비단을 사들여오고, 동학농민운동의 원흉 조병갑을 직접사면하여 조병갑이 고등재판부 판사로써 동학 2대교주인 최시형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상황까지 조장하였었습니다. 그리고 실제 대한제국때 고종 최측근에 있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매관매직이나, 친척형 비리로 권력을 얻은 함량미달 불량분자들 투성이었는데, 드라마에서는 그 역사가 안타까웠는지 이정문같은 유능한 가공의 인물을 붙여놓았습니다. 어찌됐던 자세히 알면 알수록 암담하고 화가 치밀어 오를 정도의 발암 암군인데, 아무리 드라마라지만 저건 너무 심하게 미화한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계속들었습니다.
요약.
1. 시대정황 반영이 어색하고 극중흐름과도 잘 안맞는 모습이 보인다.
2. 배우들 활약이 두드러진다. 이병현빼고
3. 악당놈들이 너무 빨리죽는다.. 그래서 긴장감이 갑자기 팍팍 떨어진다.
4. 일본인 캐릭터가 하나같이 뻔한 스테레오타입의 전형적인 미개하고 나쁜 일본인 악당이다.
5. 고종이 드라마처럼 유능했으면 나같아도 충성을 다바치겠으나 현실은...
의병이야기가 중요 맥 인걸로 다 보고 난 후에
알았네요.
일본 민간인에게는 해를 가하지 않은것은
실제로도 그러한걸로 알고 있읍니다!
글
잘 읽었읍니다!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