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어나서 처음 배우게 된다는 단어... 엄마...
어릴 때는 내 시녀인듯 불러대고...
사춘기 때는 화풀이 대상으로 불러대고
성년이 되어서는 좀 도와달라고 불러대고
중년이 되어서는 친구처럼 불러대고
노년이 되어서는 더 이상 부를 수 없게 되는 단어....
바로 "엄마" 이다.
제가 성년이 되어 돈을 벌어서 엄마에게 처음 해 드린 효도가...
좀 부끄럽지만 치질 수술입니다.
나를 임신할 때 생긴 병이라 했고,
옛날에는 많은 여자들이 부끄럽기도 해서 어지간하면 참고 넘기는 것이
바로 치질이었죠.
조금만 힘든일 하시면 치질약을 드시는 것이 보기 싫어 바로 해 드렸다.
얼마전, 엄마가 전화가 오더니 눈꺼풀이 너무 내려와 눈을 덮는다는 것이었다.
엄마에게는 평생 컴플렉스가 눈이다.
한쪽 눈을 어렸을 때 다쳐 눈이 다 감기지를 않는다.
잘 되었다 싶어, 집이 부천이라 강남까지 가고 싶지는 않았고,
통원치료 등도 고려하여 집 근처에 위치한 "서연성형외과" 라는 곳을 찾았다.
코디네이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딱 한가지 부탁만 하였다.
"한쪽은 눈꺼플 덮히는 것 제거하는 수술이지만, 다른 한쪽은 보시다 시피 덮히지를 않습니다.
이것을 해 드리고 싶습니다."
저는 삼촌 두분이 의사인데, 삼촌들이 엄마의 눈을 진단하기를 "불가능 하다." 였다.
긴것은 자를 수는 있어도 짧은 것은 늘릴 수 없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시절이 많이 흘렀기에 현대의학으로는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였다.
코디네이터 역시, 대답은 처음에는 '안 된다.' 였고,
원장님께 잘 해 달라고 최대한 말씀드려 본다고 했다.
저는 다른 일이 있어 수술시간 끝날 때쯤 온다하고 원장님은 못 뵈고 나오게 되었다.
1시간이면 된다는 수술이 아직 끝나있지 않다....
기다리고 기다리고... 3시간이 훌쩍 지나서야 수술이 끝났고 원장님을 뵈었다.
원장님께서는 "덮힌쪽 눈 잘라낸 피부를 그냥 버리는 것은 의사가 할 일은 아닌 것 같아,
안 덮히는 눈에 이식수술을 하였습니다. 안 덮히는 눈 피부가 심각하게 변형되어,
일일히 근육을 끊고 연장하고 하느라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와~~ 이게 무슨 소리인가?
우리 가족은 어찌보면 의사집안이라 이것이 얼마나 대단한 소리인지 바로 알았다.
"원래는 1cm 정도 눈이 안 감겼는데, 지금 보시면 약 4mm까지 내려와 있습니다.
6개월만 기다려 보세요. 붙기 빠지고 안정되면 눈 다 덮힙니다."
더 나아가 의사의 양심으로 한 것이라 하셨고, 그 어떠한 비용추가도 없었다.
보통 이러한 재건술은 실패확률도 높고, 만족도도 떨어져 수술비용은 협상하기 나름이다.
원장님도 누구의 아들이고 엄마가 있을 것이다.
원장님도 내 마음을 알아주셔서 이렇게 해 주신 것일까?
표현은 해야 하는데 표현할 단어는 왜 이리 없는 것일까?
연신 감사하다는 말 외에는 따로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엄마가 다음날 아빠에게 전화를 건다.
"이제 나 죽어도 눈 억지로 감기려 노력하지 말어. 둘째 아들이 눈 덮히게 해 줬으니까..."
별 말도 아닌데 괜히 마음 한 구석이 져며온다.
때가 되면 마음속으로만 불러야 하는 단어가 바로 엄마이다.
또한 엄마가 나를 부르는 것을 귀찮아 하는 자식들도 많다.
그러나 엄마가 치매에 걸리기라도 하면 "내 이름 한번만 불러봐~ "
하고 애끓는 노력을 해도 안 불리워지는 것이 바로 치매환자의 자식 이름이다.
이 글을 보는 회원남들은 이제 엄마, 아빠의 눈을 한번 유심히 보시기 바랍니다.
눈꺼풀이 눈을 덮어 눈을 크게 뜨려하는 모습이 좀이라도 보인다면,
더 늦기 전에 부모님께 작은 선물을 하시기 바랍니다.
형님 동생 죽고 나 진짜 남부럽지않게
키워주시고 내가 사고를치든 좋은일을하든
언제나 내편 되주는 우리엄마
오늘은 집 들가기전에 울엄마가 좋아하는
옛날통닭 두마리 사들고 집에들어가야겠습니다
어 머 니
글만 봐도 글 쓰신 분 됨됨이가 보여 맘이 훈훈해집니다. 어머니와 알콩달콩 잘 사시길..
참 좋으신분이시네요
항상 건강하시고 평안하시길...
저도 부천에 살고 있어서 역곡 인근 지날때 저큰 삼각별 차량은 뭐지하고 지났었는데.. ㅎㅎ
쭉 게시하셨던 글 보고 은사님 글도 감명깊었고
엄마의 수술 관련글은 너무도 가슴 찡하게 만드네요..
주차장 관련 멋진 후기 결과 기달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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