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겨울 끝자락에 와이프와 둘이 베트남 다낭을 다녀왔는데 뜻 깊은 여행을 하고 와서 후기 한 번 남겨봅니다.
베트남을 처음 가본 저희 부부는 베트남은 사회주의 국가에 후진국으로 대한민국 보다 못 사는 국가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다낭 국제공항에 도착해서 도로에 나가 느낀 첫 번째는 무질서였습니다.
스쿠터의 나라답게 도로 전체를 스쿠터가 점령해서 신호가 없는 도로를 역주행도 하고 사람이 횡단보도를 지나가도
멈추지 않고 피해서 달려 나가는 모습에 대한민국과는 다른 교통문화에 아연실색을 하였습니다.
이래서 후진국은 되도록이면 여행을 오면 안된다는 생각을 더욱 굳게 갖게 되기도 했습니다.
참고로 제가 가본 해외는 스페인, 프랑스, 홍콩, 일본, 말레이시아 정도입니다.
전 한국보다 후진국에 여행 가서 느낀 점은 배울게 없다는것이었습니다. 어찌보면 정말 안하무인 같은 생각이었죠.
그렇게 첫 이미지가 안좋게 보였던 베트남은 시간이 지나면서 저의 모자람을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핑크성당, 한시장, 미케비치, 영흥사, 바나힐 등 유명 관광지를 다니며 가이드에게 들은 베트남의 역사적 사실과
그리고 베트남인들의 친절함과 바른 인성 등 그들에게 느낀 감정은 제가 한국에서는 느낄 수 없는 감정들이었습니다.
프랑스의 식민지 생활부터 일본의 식민지, 그리고 미국과의 전쟁, 남과북이 갈라져 자유민주주의와 사회주의의 갈등
그리고 통일까지. 그들의 역사는 대한민국과 별반 다를게 없는 역사였습니다. 다른게 있다면 사회주의 세력이 국가을
통일해서 지금까지 사회주의 체제로 살고 있고 대한민국은 아직도 통일이 되지 못한채 분단국가로 살고 있다는 점이
다른점이었죠.
그렇게 베트남인들은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이겨서 그런지 누구보다 자부심이 상당히 강했습니다.
다낭만 가봐서 정확치는 않지만 구걸하는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었으며 자신의 힘으로 돈을 벌어 생계를 이어나가는
모습과 비록 부유하진 않아도 얼굴엔 행복한 미소가 항상 있는 사람들을 보니 난 너무 메마르게 살아왔구나 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아주 크게 느낀 사건이 하나 있었는데 와이프와 저녁시간에 마사지를 받으로 샾에 갔는데 마사지를 해주던 분이
제가 목걸이가 있으니 손에 걸려서 그런지 목걸이를 풀고는 다른쪽에 놔두길래 전 불안감에 자꾸 시선이 목걸이 쪽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걸 느꼈는지 목걸이를 바로 제 머리맡으로 옮겨서 안전하게 있다는걸 확인시켜주었습니다.
그리고 안심하고 마사지를 다 받고 일어나 그 분의 얼굴을 보니 환한 미소로 저를 보고 있는데 순간 부끄러움이 확
몰려오더군요. 저 분은 목걸이를 어떻게 할 생각이 전혀 없으신분인데 나 혼자 의심하고 불안해해서 저분을 의심했다는
생각이 드니 너무나도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사실 여행하면서 느꼈지만 베트남 사람들은 어딜 가도 다 친절해서
밝은 미소로 저를 대해주었는데 난 뭐가 그렇게 불신스러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순간 태조 이성계와 무학대사의 유명한 일화가 생각나더군요.
어느 날 하루 이성계가 무학대사의 얼굴을 보고 "오늘은 대사의 얼굴이 돼지로 보이오." 라고 하자
무학대사는 "제 눈에 전하가 부처님으로 보입니다."
그러자 이성계는 "거 농으로 한 마디 한거 가지고 내가 부처로 보인단 말이오?"
그리고 무학대사의 마지막 한 마디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이고,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는 법입니다."
너무나 타락해버린 제 자신이 부끄러웠습니다. 아무것도 배울게 없다고 생각했던 처음의 마음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그 나라의 문화와 풍습을 모르고 쉽게 판단해버린 제 어리석은 생각을 많이 자책한 여행이었습니다.
교통문화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무질서해 보였지만, 나름의 질서가 있었고 그 어느 누구도 과속을 하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는 없었습니다. 뻥 뚫린 도로에 과속카메라 하나 없지만 60키로 속도를 모두 다 지키면서 운행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가 있었던거였죠.
너무나 짧은 여행이기에 모든걸 다 알 수 없는 여행이었지만 그 짧은 기간에도 많은걸 배우고 얻어올 수 있는
여행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바르지 못한데 누굴 평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고 조금 더 깊이
생각하고 한 걸음 뒤로 물러나서 지켜보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 여행이었습니다.
그렇다고 한국이 안좋다는건 아닙니다. 한국도 나름대로 좋은점이 상당히 많은 국가이니깐요.
매일 피부로 느끼기에 그걸 모르는것뿐이죠. 베트남에서 돌아온 첫 날부터 바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에겐 너무나 유익하고 즐거운 여행이어서 짧게나마 후기를 공유해 봅니다.
지극히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니 다른 오해는 마셨으면 좋겠습니다.
에어컨 킨 곳이 없어 덥고 습해서 힘들었던...
쓰레기랑 쥐가 너무 많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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