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자동차산업은 전자, 정보통신, 메커트로닉스, 환경, 에너지, 신소재 등의 다양한 신기술이 자동차에 접목되면서 그 기술의 범위도 급속히 확대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자동차산업의 핵심적인 트렌드로 주목되는 혁신 테마는 크게 환경기술과 정보기술(IT)로 압축된다.
이 가운데 특히 전자, IT, 소프트웨어 기술은 이미 자동차 기술 혁신의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존 자동차 기술과 IT기술 간의 융복합 시대가 열린 것이다.
차량 내 IT기술은 보다 안전하고, 보다 편리한 지능형 자동차 개발을 목표로 발전하고 있다. 지능형 자동차 핵심 기술을 선점하기 위해 글로벌 자동차메이커들은 치열한 기술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일반적으로 자동차와 IT 융합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된다. 첫째는 스마트 폰, 내비게이션 등 최신 정보통신기술(ICT)을 접목해 텔레매틱스, 멀티미디어 등 차량의 편의성 향상을 목적으로 한 ‘인포테인먼트’적 접근을 의미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동차산업에서 바라본 자동차·IT 융합은 첨단 전자 제어기술을 기반으로 기존 기계적 구조로는 한계에 달한 차량 시스템의 성능을 극대화하고 품질을 혁신하기 위한, ‘메커트로닉스’적 접근이 중요하다.
IT 업계를 중심으로 인포테인먼트 측면의 다양한 편의 기능 및 신사업이 제안되고 있지만, 운전자의 주의분산으로 인해 사고 위험성이 증가할 수 있다. 이로 인해 국내에서는 운전 중 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 시청을 처벌하는 법안이 검토되고 있다. 따라서 향후 인포테인먼트는 운전자가 전방을 주시하고 운전대에서 손을 떼지 않은 상태에서도 최대한 이용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이 필요하다.
자동차산업 관점의 자동차·IT 융합은 앞서 언급했듯이 첨단 전자제어기술을 적용함으로써 차량의 성능과 안전을 최적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궁극적으로 자율주행이 가능한 첨단 지능형 차량, 즉 ‘스마트 카’ 개발을 목표로 한다.
차량 내 전자제어기술은 파워트레인, 섀시, 보디, 환경차 분야에서 이미 광범위하게 적용되고 있다. 차량의 엔진은 기계식에서 전자제어 방식으로 진화하면서 연비 및 배기가스 배출이 획기적으로 개선됐으며, 브레이크 시스템의 경우 전자제어기술 적용으로 제동거리 감소 및 미끄럼 방지 등 기계적인 한계를 극복할 수 있었다. 환경차 분야의 경우에도 전자제어기술을 통해 기존 내연기관 대비 연비와 동력성능을 극대화한 새로운 개념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전자제어기술은 차량의 성능, 안전성 및 친환경성을 확보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핵심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앞으로 전자제어분야의 독자 기술을 확보하지 못하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기술선도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 향후 전자제어분야의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뿐만 아니라 차량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이해를 기반으로 제어 로직을 설계할 수 있는 시스템 엔지니어의 체계적인 육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기업 자체적인 노력은 물론 국가 차원의 전문인력 육성 체계 확립이 시급하다.
한국은 후발주자로서 뒤늦게 자동차산업에 뛰어들었지만 빠른 추종자 전략으로 짧은 기간 안에 세계 5위의 자동차 생산국가로 성장해 이제는 세계 유수의 자동차 선진국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앞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이들을 뛰어넘을 새로운 준비가 필요하다. 스마트카 구현을 위한 자동차·IT 융복합은 기존 자동차산업뿐만 아니라 전기, 전자, 정보통신 산업과 물류, 교통, 보험 등 간접산업으로의 파급효과가 크다는 점에서 차세대 성장 동력산업으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자동차·IT 융합 인재의 체계적 육성과 함께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기 위해 관련 부문이 협력해 노력한다면 새롭게 펼쳐질 자동차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할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양웅철 <현대자동차 부회장>
출처-한국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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