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지인이 전화를 걸어와 독일산 SUV와 일본산 SUV의 구체적인 차명을 거론하며 어느 차를 사면 좋겠는지 조언을 청했다. 기자는 지인의 차 운행패턴 등을 들은 뒤 하이브리드카인 일본산 SUV를 권했다. 그 후 그 지인과 통화하며 차를 구입했는 지 물었더니 독일차를 샀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요즘 일본하고 시끄러운데 아무리 생각해도 부담스러웠다'는 게 이유였다.
반일감정이 독도 문제로 고조되고 있다. 역사적으로도 한국 땅인 독도를 놓고 일본의 우기기가 또 시작됐다. 이명박 대통령의 독도 방문에 대해 '불법 상륙' 등의 표현을 쓰며 거칠게 항의하고 있다. 이로 인해 한일 양국의 외교관계도 급속히 냉각됐다. 한 술 더 떠 일본에서는 위안부 문제까지 거론하고 나섰다. 강제로 끌고 간 사실이 없느니, 매춘이니 따위의 몰상식하고 파렴치한 발언으로 우리 국민들의 속을 뒤집어 놓고 있다.
기자는 자동차업계에 몸담고 있다 보니 일본과의 역사 문제가 터지면 늘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먼저 떠오른다. 관련 소식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쪽도 일본차업체들이다. 판매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어서다. 지난 90년대 중반 일본 최대 자동차업체 토요타가 한국에 진출할 때나, 몇 해 전 '전범기업'으로 꼽히는 미쓰비시의 국내 출범 당시에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항의데모를 하기도 했다.
현재는 그 분노의 대상이 일본차업체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최근 일본차 기사가 게재되면 악성댓글이 엄청 따라 붙는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댓글들은 대부분 감정적인 표현으로, 기자에게 '매국노', '친일파'라는 인신공격을 펼친다. 기자는 댓글을 올린 이의 애국심이라고 이해하고 넘어간다. 그러나 이를 바라보는 일본차업체들은 머리가 복잡해진다.
일본차업체 A사 관계자는 "매우 난처하다"고 털어놨다. 역사적으로 '피해자' 입장인 한국에서 일본관련 역사 문제가 터지면 일본기업의 활동이 쉽지 않은 게 반복됐기 때문이다. 그는 "한창 점유율을 치고 올라가야 할 시점인데, 현 상황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하반기 시장공략을 위해 신차 출시를 열심히 준비했지만 타격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B사 관계자 역시 같은 반응이다. 올해 내내 어려움을 겪다 하반기 신차를 준비하고 있는 이 업체도 이번 독도 문제로 시름이 깊다. 그렇다고 개인이나 기업이 결코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여서 무기력하다는 게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는 "심각한 건 판매"라며 "벌써부터 불매운동 얘기가 나돈다"고 밝혔다.
하루 빨리 사태가 마무리되기를 희망하기는 C사도 마찬가지다. 회사 관계자는 "정치적인 목적이 뚜렷한 현 상황이 오래 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어서 상황이 종결되기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도 "판매에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예상했다.
일본차업체들은 한국에서 활동하며, 한국 정부에 세금을 내고, 한국인을 고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가 서로에게 좋을 게 없다고 강조한다. 물론 이 문제는 갑자기 일본 정부가 대대적인 과거사 청산과 사과를 하지 않는 이상 풀리지 않는다. 일본차회사들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기에 답답하기만 하다.
문득 지난해 열린 서울모터쇼가 생각난다. 일본 동부북 대지진으로 일본이 어려움에 처하자 한국인들이 많은 도움을 준 일에 대해 일본차회사들이 감사를 표했던 것. 당시 스바루를 만드는 후지중공업의 나카이 쯔요시 부사장은 모두발언을 통해 한국인에게 감사하다고 전했다. 한국토요타자동차의 전 임직원은 '땡큐 코리아'라는 뱃지를 만들어 부착하기도 했다. 그러나 그 때의 아름다운 모습들은 지금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박진우 기자 kuhiro@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본 기사의 저작권은 오토타임즈에 있으며, 무단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판매급감해서 철수위기까지오게됬음 좋겟네요~
0/200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