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가 체코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체코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체코 내에서 판매된 상위 15개 브랜드 승용차 판매는 15만3,811대다. 이 가운데 1위는 체코의 토종 브랜드 스코다(Skoda)로 5만3,000대를 판매했다. 2위는 1만4,921대를 판매한 폭스바겐이다. 점유율 4.9%로 스코다 대주주의 체면을 지켜냈다. 3위는 소형차에 강한 포드가 1만4,447대를 달성, 폭스바겐의 뒤를 바짝 추격했고, 4위는 프랑스의 자존심 르노가 1만2,37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각각 1만2,086대와 8,575대로 5위와 6위에 올랐다.
현대차 i30CW
하지만 올 들어 순위는 놀랍다. 현대차가 폭스바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7월까지 현대차는 9,447대, 폭스바겐은 8,804대를 체코에서 판매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현대차가 43.8%를 늘릴 때 폭스바겐은 1.7% 증가에 그친 게 이유다.
자료:체코자동차공업협회
현대차의 약진은 무엇보다 제품력 덕분이다. i10, i20, i30, i40 등 이른바 'i' 시리즈가 주목 받으며 체코 뿐 아니라 유럽 전체 시장 내 점유율을 높일 수 있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게다가 해치백 뿐 아니라 콤비(Combi)로 불리는 왜건 제품군을 확보한 것도 보탬이 됐다.
폭스바겐 골프
이런 이유로 유럽 내에선 현대차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특히 한국 내 판매량이 적은 프랑스와 이태리가 자유무역협정(FTA) 긴급수입제한조치 발동을 유럽연합에 적극 제안 중이고, 한국 판매량이 많은 독일도 다른 국가의 수입제한조치를 은근히 바라는 눈치다.
그래서 현대차가 최근 주목하는 지역은 독일이다. 이태리와 프랑스, 체코 등지에서 얻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폭스바겐의 고향, 독일 공략에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이 한국에서 현대차의 위협적인 존재로 떠오른 점도 독일 주목의 배경이 됐다.
폭스바겐 파사트
물론 독일에서 폭스바겐은 강자다. 지난 7월 판매량 1-3위는 폭스바겐 차종이 휩쓸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도 만만치 않다. 상반기 독일 시장에서 8만541대를 판매해 수입차 1위에 올라섰다. 폭스바겐이 한국 수입차 1위를 오르 내릴 때 현대차도 독일에서 수입차 1위에 올랐을 만큼 양측의 안방 공략은 치열하다.
공격만큼 방어전도 불꽃이 튄다. 폭스바겐은 최근 한국에 내놓은 신형 파사트의 경쟁 차종으로 현대차 그랜저를 꼽았다. 즉각 현대차는 파사트 경쟁 차종은 i40라며 방어전을 펼쳤다. 파사트 대비 상품성이 월등한 i40만으로도 파사트 방어책은 충분하다는 계산이다.
현대차 i40
반면 독일을 포함한 유럽에선 i30를 내세워 폭스바겐 골프 공략에 적극적이다. 폭스바겐의 주력 차종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 안방을 흔든다는 야심이다. 독일 내 폭스바겐의 위상을 감안할 때 아직 여유롭지만 체코에서 사상 처음 현대차에 뒤진 것은 분명 긴장할 만한 일이다.
물론 양측의 공방이 가능했던 가장 큰 이유는 FTA다. 관세 인하에 따른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발생, 서로의 안방 점유율을 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FTA에 따른 가격 효과가 점차 줄어드는 중이다. 그래서 이제는 제품력에서 승부를 벌일 시점이다. 소비자를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개발능력이 새로운 경쟁력으로 떠오른 셈이다. 결국 새로운 개념의 자동차를 누가 먼저 만들어 내느냐에 승부가 달렸다는 얘기다. 앞으로 양사가 내놓을 신차가 궁금해진다.
프라하(체코)=권용주 기자 soo4195@autotimes.co.kr
출처-오토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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